오늘 다뤄볼 인물은 세계의 8대 부호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홍콩의 사업가이자 청쿵그룹의 수장인 리자청 회장입니다.
영어로는 CHEUNG KONG이라고 표기하기 때문에
국내 언론에서도 '청콩그룹'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홍콩식으로 읽으면 '청쿵그룹'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습니다
이는 그 LVMH(루이비통 모에 헤네시)를 이끌고 있는
베르나르 아르노를 넘어서는 수치로,
그가 세계 경제에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참고로 베르나르 아르노는 10대 부호입니다)
청쿵은 중국의 '장강'을 이르는 말인데요.
리자청 회장의 말에 의하면
묵자의 시 중
長江不擇細流(장강불택세류)
故能浩蕩萬里(고능호탕만리)
‘장강은 작은 시냇물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만 리까지 도도히 흐를 수 있다’
에서 영감을 얻어 이를 사명으로 정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홍콩 최대의 기업인 청쿵이지만,
그 시작은 보잘 것 없었습니다.
1928년 광둥에서 3남 1녀 중 장남으로 출생한 리자청 회장은
1940년 일제침략을 피해 부모와 함께 홍콩으로 이주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아버지를 잃게 되어,
학교를 중퇴하고 사회에 뛰어들어 가장이 되어야 했습니다.
리자청 회장의 아버지는 결핵이 심해 하루 하루를 버티기가
힘들었다고 하는데, 리자청 회장은 이때 아버지에게
“가족들은 책임지고 잘 살게 해주겠습니다”라고 약속을 했고,
이는 당신 평생의 약속이 되었다고 합니다.
열 다섯. 너무 어린 가장었던 그는
다방 점원부터 시작해, 철물점 외판원, 금은방 점원 등
안해본 일이 없었을 정도로 돈벌기에 열심이었습니다.
그러다 화학제품 공장에 취직을 하게 되는데,
부지런함을 인정받아 처음으로 관리자로 승격되게 됩니다.
이때 공장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를 꼼꼼히 지켜본 그는
스물 두살의 나이에 과감하게 600만원을 빌려
청쿵 플라스틱 공장을 설립합니다.
가족들의 생계가 자신에게 달려있던 당신 상황을 생각하면
의아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뉴스와 상식에 해박한 그가 일종의 '확신'을 통해
사업가의 재능에 '개안'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는 플라스틱 공장을 설립한 이유에 대해
'이탈리아의 한 화학회사가 플라스틱 조화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기사를 보았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만큼 확신이 있었고, 자신이 우연히 화학 공장의 관리자를
맡고 있었다는 점을 십분 활용해볼 생각이었다는 거겠죠.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청콩실업은 그 이후 플라스틱 조화를 만들게 되면서
세계 최대 규모의 조화 제조업체로 우뚝 서게 되었으니까요
이정도의 성공이라면 보통 사람같았으면 만족하고 말았겠지만,
리자청은 다시 한번 사업을 확장합니다.
여기서 다시 한번 주변의 상황과 자신의 처지를 심분활용하여
성공을 거머쥐는 리자청의 기지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당시 홍콩은 문화혁명의 여파로 부동산이 급락하던 때였습니다.
그런데 마침 리자청은 어느 정도 성공한 실업가로서
자본력이 충분했던 것이죠.
승산이 있다는 판단 아래 리자청은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리기 시작합니다.
청쿵실업은 저가로 시장에 나온 홍콩 부동산을 대량 매입하고
차액으로 수익을 올리며 그 몸짐을 끝없이 불려갑니다.
그 결과 플라스틱 조화 제조업체였던 청쿵은 어느새 어엿한
부동산 개발 회사가 되었고,
급기야 1972년, 홍콩 증시에 1번 기업으로 상장하기에 이릅니다.
1979년은 그의 사업인생에 있어 2막이 시작되는 시기였습니다
그는 이 시기에 영국계 항만물류 기업인 허치슨 왐포아를 인수합니다.
중국계가 처음으로 영국 대기업을 인수한,
당시 재계에 있어서는 일대 사건이었습니다.
리자청은 이에 그치지 않고,
홍콩전력(Hong Kong Electric)을 인수했으며,
허치슨 왐포아가 최대 주주인 점을 활용하여
캐나다 허스키 에너지(Husky Energy)도 인수했을 뿐만 아니라,
영국 4대 이동통신회사인 Three 마저 공격적으로 인수해버립니다.
청쿵은 부동산 개발 업체에서 또 한번
기업의 성격을 바꾸어버린 것이죠.
영국이 각종 SOC산업을 민영화하는 것에 편승하여
장기적으로 안정이고 탄탄한 사업인 물류, 에너지,
이동통신 사업 등에 비전이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한번 확신한 것은 밀어 붙여버리는 리자청은
이후 노섬브리안 상하수도처리회사(잉글랜드),
맨체스터 공항공사, 펠릭스토우 항구, 북방천연가스회사,
슈퍼드럭(전 영국에 약품을 조달하는 왓슨스의 모회사) 등을
인수하였습니다.
또 영국의 철도관련 기업인 에버숄트 레일그룹을 2조원에
인수하는 등 무서운 속도로
영국의 사회간접자본(SOC)을 매입해 갑니다.
Telefónica O2 UK
최근에는 청쿵그룹의 산하에 있는 허치슨 왐포아가
영국의 2대 통신사인 O2를 인수해버리는 일대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청쿵은 이미 영국의 4대 통신사인
Three를 인수한 상태라 이번 인수로 인하여,
청쿵이 실질적으로 영국의 제1 통신 사업체로
우뚝 올라섰다는 점입니다.
전 영국이 이로 인하여 놀라워하고 있으며,
리자청 회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과거 식민지였던 홍콩이 과거 본국이었던 영국을
점령하고 있는 셈이랄까요?
이 만족을 모르는 거부의 행보를 지켜보도록 하죠.
이토록 큰 인물인 리자청 회장의 거래에는 원칙이 있는데,
이른바 '칠불교 육불합'이라는 것입니다.
칠불교란 일곱가지 사귀지도 말아야할 인물을 이르며,
육불합이란 여섯가지 함께 하기에 적당하지 않는 인물을 말합니다
칠불교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불효하는 자
2) 각박하게 구는 자
3) 시시콜콜 따지는 자
4) 받기만 하는 자
5) 아부에 능한 자
6) 권력자 앞에 원칙이 무너지는 자
7) 동정심 없는 자
육불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개인적 욕심이 너무 강한 자
2) 사명감 없는 자
3) 인간미 없는 자
4) 부정적인 자
5) 인생의 원칙이 없는 자
6) 은혜를 모르는 자
리자청은 말합니다.
"남들은 흔히 제가 운이 좋아서 성공했다고
이야기들을 합니다.
그러나 그 운을 잡기까지 전 죽을만큼 노력해왔습니다."
자신의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에 충실하며,
끊임 없이 배우고,
같이 할 자를 신중하게 고르며
때를 노리라고 그는 충고하고 있습니다.
이만하면 동 시대를 지나며 배워둘만한 인물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