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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과 슈퍼맨 이 두 캐릭터는 워낙 다면적인 개성을 가지고 있고 또 저스티스의 시작을 위한 세계관을 설정해야 했기에 태생적으로 매우 무거운 짐을 안고 있었던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모두를 지키기 위하여 사랑을 포기한 자와 사랑을 지키기 위하여 모두를 지키는 것을 포기할 수 있는 자의 부딪힘이, 지키기 위하여 자신을 포기할 수 있다는 공통점으로 결합되는 모습이 좋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문제는 이 대립만이 아니라 자신보다 모두를 아끼지 않음에도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추앙받는 자에 대한 질투, 그리고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모두를 구할 수는 없는 패배감이라는 대립도 공존하기에 둘의 부딫힘의 근간이 선명해보이지가 않았다는 것에게 시작된다는 건데요. 차라리 놀란의 다크 나이트와 같이 단선적으로 하나의 대립만을 깊게 다루었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어요. 감독이 이 대립 또한 어머니라는 존재를 둘 사이에 투영하여 해결해내지만, 공들여 보지 않는 이상 혼선을 줄 수 있었다는 점이 아쉬웠구요.
(액션 명장 갓 스나이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잭 스나이더를 높이 평가할 수밖에 없는 것은 영상을 통한 서사와 은유를 적절하게 배치하여 자칫 지루해 질 수 있는 두 주인공의 등장을 간명하게 처리했으며, 말도 안되는 힘의 격차를 가진 인물들의 대립을 경쾌하고 장대하게 그려내는데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덧붙여 배트맨이 깨달음을 얻는 과정에서 코스튬을 적절히 바꾸는 정교한 연출은 백미이니 되새겨 보심이.(라이트가 눈을 가렸다 깨지면서 드러한 한쪽 눈으로 슈퍼맨을 인정하게 된다던가) 솔직히 슈퍼맨처럼 신의 권능을 가진 캐릭터로 이런 역동적인 씬을 연출할 수 있는 감독이 또 누가 있을까요? 빠라해도 좋아요. 전 잭 스나이더의 영상이 사랑스럽거든요?
(블랙 위도우의 시대는 가는가.. 갤 가돗 Gal gadot 의 원더우먼이 등장했다!!)
원더우먼을 그리스의 아테나 여신의 이미지를 차용해서 등장시킨 장면도 팬들에게 매우 어필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 영화의 또 하나의 의미죠) 다만 도무지 넘어갈 수 없는 결점은 빌런의 설정이 맥빠진다는 건데요, 렉스 루터라는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등장하여 의미 심장한 말들을 해대지만 정작 왜 그렇게까지 움직이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둠스데이라는 최종 빌런이 루터에 의해 등장하지만 둘의 공통점도 없다죠.. 그저, '이 정도 되는 빌런은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식으로 들어가 있어서 뜬금 없었네요.
(이게 뭐죠 감독님? 반지의 제왕인 줄..)
차라리 이런 전개보다는 조드를 부활시키면서 루터의 방식으로 변형을 시킨다는 식으로 풀어내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냥 휘둘러내는 괴물보다는 나름의 철학을 가진 지성체는 되어줘야 슈퍼맨의 죽음이 납득이 갈테니까요.
(오늘 따라 부쩍 그리운 조드 장군..)
총평을 하자면 매우 뛰어난 영상미와 표현력을 가지고 있으나 전체적인 구조의 정교함이 아쉽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시리즈의 시작인만큼 차기작을 기대해보죠. 벤 애플렉의 배트맨은 곧 개봉할 수어사이드 스쿼드에도 이어진다고 하니 참고하세요:)
(배트맨이 낙서된 수트를 바라보는 장면은 이 인물의 등장을 알리는 것..?)